가끔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이 있어요. 별일도 없고 누가 상처 준 것도 아닌데, 그냥 기분이 축 처지고 뭘 해도 의욕이 안 나는 그런 날이요. 예전엔 이런 감정을 억지로 떨쳐내려 애썼는데, 요즘은 오히려 그 기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바뀌었어요.
그 대신 그날을 그냥 보내기보다는 나만의 작은 루틴 하나를 만들어보기로 했어요. 특별한 건 아니고, 방 안 조명을 조금 어둡게 바꾸고, 따뜻한 차를 한 잔 내리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는 거예요. 그 세 가지만 해도 마음이 조금 정돈되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스마트폰은 멀리하고, 노트에 그날 감정이나 생각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요. 처음엔 뭘 써야 할지도 몰라서 “왜 이럴까”부터 적기 시작했는데, 점점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마음이 정리되더라고요. 눈물이 날 때도 있지만, 그게 오히려 도움이 돼요.
가끔은 향초를 켜거나 가습기에 에센셜 오일을 넣어서 분위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한결 나아져요. 공간의 냄새나 소리, 온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감정이 따라 움직이더라고요.
우울함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나만의 루틴을 만들면 그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누구에게 털어놓지 않아도, 혼자 스스로 위로하는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